1973년 8월 7일 화요일 맑음
어머니께서 칫골의 밭에 풀을 매러 가셨다. 시뻘건 태양이 혀를 날름거리며 불침을 쏟아 내고 있었다. 잠시도 그늘이 아니면 앉아 있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이런날에 밭일을 하시는 어머니께서는 물을 많이 마시고 싶을 것이다. 주전자에 물을 가득 넣었다. 얼음물처럼 차가운 샘물이 콸콸 솟아나는 그곳에서 담는 물이다. 바로 우리 집 앞에 있는 샘물인데 이 샘물은 우리 동네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칫골 밭으로 가는 길엔 아직 이슬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거미줄에 물방울이 햇빛에 반짝인다. 가파른 산 비탈길을 오르자니 구슬같은 땀 방울이 저절로 흘러 내렸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대추나무 밭 길로도 올랐다. 대추나무엔 대추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대추나무를 베어 울타리로 해 놓은 놈은 잎이 시들어져 있었다. 좁은 산길의 오솔길 옆의 나무와 잡초들이 길을 자꾸 가로 막고 있었다. 이리저리 풀을 제치고 산길을 오르자니 풀 섶에서 빨간 산딸기가 빼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산딸기를 따서 입속에 넣었다. 새콤한고 달달한 맛이 입안을 시원하게 했다. 신맛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톡 쏘는듯한 자연의 맛의 독특함은 좋았다.
주변을 더 두리번 거려 보았다. 또 산딸기가 없나 해서였다.
어느새 칫골 밭까지 당도했고 물을 가져온 나에게 어머니께서는 반가워 하시면서도 오히려 꾸중을 하셨다. 이 더위에 고생을 하면서 물을 가져온 아들의 모습이 오히려 더 가엽게 보여서였던 모양이다.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림같은 엄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강에서는 아이들이 물장난을 치고 있었다.
오동나무가 밭의 중간 중간에 자라고 있었다. 우리 마을의 이름은 강건너를 기준으로 하여 강건너 오동나무가 많은 곳 그래서 동강리이다. 옛날에 어느 책자에서 본 기억이 났다. 우리 동네에는 확실히 다른곳보다 오동나무가 많다.
큰 오동나무 바로 옆에서 올라오는 새끼 오동나무의 잎이 아주 컸다. 넓적하고 큰 잎이었다. 그중 제일 큰 놈 하나를 뚝 꺾었다. 양산처럼 되었다.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곳에선 멋진 양산이 필요하겠지만 이곳에서는 요것이 양산이다.
산풍경하고 참 잘 어울렸다. 오늘도 여름의 하루가 지나간다.
(1973년 여름! 제가 고 1때의 일기장에서 발췌해 낸 것입니다)
이런날에 밭일을 하시는 어머니께서는 물을 많이 마시고 싶을 것이다. 주전자에 물을 가득 넣었다. 얼음물처럼 차가운 샘물이 콸콸 솟아나는 그곳에서 담는 물이다. 바로 우리 집 앞에 있는 샘물인데 이 샘물은 우리 동네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칫골 밭으로 가는 길엔 아직 이슬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거미줄에 물방울이 햇빛에 반짝인다. 가파른 산 비탈길을 오르자니 구슬같은 땀 방울이 저절로 흘러 내렸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대추나무 밭 길로도 올랐다. 대추나무엔 대추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대추나무를 베어 울타리로 해 놓은 놈은 잎이 시들어져 있었다. 좁은 산길의 오솔길 옆의 나무와 잡초들이 길을 자꾸 가로 막고 있었다. 이리저리 풀을 제치고 산길을 오르자니 풀 섶에서 빨간 산딸기가 빼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산딸기를 따서 입속에 넣었다. 새콤한고 달달한 맛이 입안을 시원하게 했다. 신맛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톡 쏘는듯한 자연의 맛의 독특함은 좋았다.
주변을 더 두리번 거려 보았다. 또 산딸기가 없나 해서였다.
어느새 칫골 밭까지 당도했고 물을 가져온 나에게 어머니께서는 반가워 하시면서도 오히려 꾸중을 하셨다. 이 더위에 고생을 하면서 물을 가져온 아들의 모습이 오히려 더 가엽게 보여서였던 모양이다.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림같은 엄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강에서는 아이들이 물장난을 치고 있었다.
오동나무가 밭의 중간 중간에 자라고 있었다. 우리 마을의 이름은 강건너를 기준으로 하여 강건너 오동나무가 많은 곳 그래서 동강리이다. 옛날에 어느 책자에서 본 기억이 났다. 우리 동네에는 확실히 다른곳보다 오동나무가 많다.
큰 오동나무 바로 옆에서 올라오는 새끼 오동나무의 잎이 아주 컸다. 넓적하고 큰 잎이었다. 그중 제일 큰 놈 하나를 뚝 꺾었다. 양산처럼 되었다.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곳에선 멋진 양산이 필요하겠지만 이곳에서는 요것이 양산이다.
산풍경하고 참 잘 어울렸다. 오늘도 여름의 하루가 지나간다.
(1973년 여름! 제가 고 1때의 일기장에서 발췌해 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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