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이야기

돼지새끼

배꼽마당 2012. 11. 8. 13:57

돼지새끼

 

2007년 8월 6일 오후 2:19

 

1973년 8월 24일 금요일 맑음


돼지 새끼들이 마당 가운데서 이리 뛰고 저리뛰고 해서 지저분했다. 솔을 들고 가까이 있는 새끼 돼지의 등을 문질렀다.

 

가만히 있었다. 또 다른 한놈이 자기도 문질러 달라는 듯 등을 들여댔다. 그 놈은 털이 지저분해서 가까이 하지 못할 정도였다.

제법 친숙한 자세와 조용한 분위기를 이용하여 새끼 돼지의 털을 씨어줄 계획을 세웠다. 먼저 솔을 이용하여 자꾸 들을 문질러 댔다.

금방 떠온 세수 대야의 물을 조금씩 등에 붓고는 계속 문질렀다. 처음엔 움찔하더니 금방 조용해졌다. 시원한 모양이었다.

또 물을 조금 등에 부었다. 조금 움찔하더니 금세 조용해졌다. 등을 긁어 주는데 아주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조금씩 부어 대다가 이번엔 한꺼번에 흠뻑 물을 부어 버렸다. 돼지 새끼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금세 다른 쪽에 가서 털썩 주저 앉았다.

다시 가까이 가서 긁기를 계속했다. 이번에 배를 쓰윽 들여댄다. 그쪽도 함께 긁어 주라는 시늉이다.
때죽물이 줄줄 흘러 내렸다. 누렇던 돼지의 털이 반짝거렸다. 새까맣고 윤기가 났다.

마치 염색을 해 놓은것 같았다.
포동포동 살이 찐게 참 귀엽기도 했다. 큰 놈은 징그럽지만 애기때는 돼지도 저렇게 귀엽기만 하다.

어릴 땐 어느 존재나 모두 예쁘고 귀여운데 크면 다들 징그럽게 될까?

그중 한놈만이 나하고 아주 친하다. 모두 9마리인데 다른 놈들은 내가 솔만 들고 있어도 도망을 가기가 바쁘다.
나는 동물들을 아주 좋아 했다. 어느 동물이나 나하고 쉽게 잘 친해진다. 정을 따뜻하게 주면 말이 통하지 않는 그네들도

나의 뜻을 아는가 보다.

여름이 다 가 고 있는데 방학 숙제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저놈의 돼지 새끼하고 놀기만 하라면 얼마나 좋을까!

강에 가서 목욕을 하고 오니 시원했다. 정자 나무 아래에 가서 더 시원한 여름을 즐기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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