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이야기

지리산 친구 딴 세상으로 가던 날

배꼽마당 2013. 2. 1. 10:07

 

 고향친구, 늘 함께 해 왔던 고향 친구 윤권상이가 운명을 달리 하던 날, 함양 성신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해 왔지만막상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그냥 아무런 느낌도 없이 멍하기만 했다. 얼마전에 진주 경상대

 병원에 병 문안을 갔다 왔고 힘든 모습을 봐 왔지만장례식장에서 금방이라도 나를 맞아 줄것만 같았다. 장성한 아들 둘이가

상주로서 나를 맞았다. 그래도 끈적한 뿌리를 남기고 갔구나! 형제들도 많으니 장례식장이 썰렁하지는 않았다.

서울에서 부산에서 창원에서 친구들도 많이 참석했다. 끈끈한  옛정의 의리 때문이리라. 권상이 동생들의 동기들도

 이곳 저곳에서 보였다. 모두 낯익은 얼굴들이었다.  권상이는 꽃봉산 아래 구시락재 오르는 길목 부친 산소 옆에 잘

 안장을 했단다. 세월이 흐르니 인생도 흘러 가는 모양이다. 난 방학이고 권상이는 고향에서 병역 의무를 하고 있었고

일요일이면 그는 나를 데리고 엄천강 다리목엘 자주 갔었다. "쇠주 한잔 할래?" 엄천교 다리 건너서 주금 아래 주막집이

있었고 권상이는 그집 단골이었다. 그는 소주 한병, 쥐포 두마리와 함께 맥스롱 한병을 주문했다. 소주에다 맥스롱 한병을

타면 멋진 칵테일 소주가 된다고 자랑했다. 그는 꼭 엄천교 다리위에서 쇠주를 마시자고 했다. 운치있는 분위기이고

지나가는 사람 구경도 많이 할수 있다고 해서였다. 여름날 강에서 다슬기를 잡는 구경도 하고, 혹 어여쁜 아가씨 (휴가 온 아가씨)

모습이 보이노라면 "우리 저쪽으로 가 볼까?" 하다가 내가 말리는 통에 그만두고 두고 하기도 했던 친구다.

언제나 소주를 함께 하고 싶은 친구였다. 별 달갑지도 않은 말을 해도 함께 맞장구를 쳐 주고 함께 즐거워 했던 그런 친구였다.

그 친구가 다른 세상으로 가는 날이었다. 슬프다기 보다 그냥 어안이 벙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