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엄천강 얼음판에서는
요즘 시골에서 불을 놓았다가는 금방 난리가 난다. 그도 그럴것이 온 산이 숲을 이루고 있으니 한번 불이 붙었다 하면 평범한 인력으로는 전혀 산불을 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니 산불에 대한 노이로제가 걸려 있을 법하기도 하다.
옛날에는 엄천강이 꽁꽁 얼어 대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때문인지 강이 얼어 썰매를 탈 정도의 수준으로 어는 경우가 퍽 드물다.
혹 강이 꽁꽁 얼었더라도 그 얼음판 위에서 썰매를 타거나 노는 아이들을 전혀 볼수 없는 것이 또하나의 고향의 풍속도이다.
아이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60년대는 어떠 했는가!
겨울의 엄천강 위는 아이들의 천국이 되었다. 그때는 엄천골짜기에 아이들이 굉장히 많았다.
화남의 예를 들면 1회가 1반, 2회가 1반 3회부터는 2반이었으니 그 아이들 대부분이 강 위에서 놀았으니 어떠 했는지 요즘의 분위기로는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모실 아이들 역시 모실과 자혜아이들과 함께 강위에서 영역 다툼을 하며 놀기도 했다. 당시에 1회 졸업생들은 산청과 함양이었기 때문에 자혜 아이들은 화계로, 모실 아이들은 화남으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비슷한 또래라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마을 아이들끼리 세 다툼이나 어르렁 대는 경우가 참 많았다. 나중에 학구 조정을 하여 자혜 아이들도 화남으로 오기도 하였다.
당시에 얼음판 위에서 즐기던 놀이 기구는 시게토였다. 이 낱말의 어원을 가만히 분석을 해 보니까 영어 스케이트란 말을 일본어식 발음의 시게토로 변했으며 어른들의 입으로 전해진 말이다. 우리말의 썰매이다.
어찌되었건 굵은 철사로 만든 앉은뱅이 썰매는 많은 아이들이 가장 많이 애용했던 도구였다.
나중에 그것이 시시하여 개량을 한것이 외발 썰매였다. 바로 칼 썰매였던 것이다.
양철로 만들어진 물동이의 아래부분의 받침 용도로 쓰여진 둥글테를 알맞은 길이로 잘라 외발 발 썰매의 나무에 대어서 썰매를 만들어 사용을 하였다.
이 외발 썰매를 만들땐 능숙한 손재주를 필요로 했는데 단단한 나무 각목을 발의 길이 만큼 자른 후 둥글테를 쉽게 고정 시킬 수 있도록 각목의 한쪽 부분을 칼로 파 내어야 했다.
힘이 드니까 낫 부러진 날을 불에 달구어 홈을 만들기도 했다. 그 어려운 작업이 요구되는 데도 아이들은 생활의 필수품인양 잘도 만들어 강의 얼음판위로 가져와서 놀았다.
그 칼 썰매를 탈 때는 서서 타야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 사용되는 침 대의 크기도 상당히 길어야 했다. 눈 썰매를 탈 때 사용되는 것과 비슷한 길이의 침대가 사용되어졌다.
동강마을에서 이 칼 썰매의 기술을 가장 먼져 보여준 사람은 영태형이었다.
윤식이, 태조 , 위춘이, 윤호, 나 모두 이 칼 썰매에 매료되어 타는 기술을 전수 받아 엄천강 위를 겨울마다 누비고 다녔었다.
방학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썰매를 가지고 강에서 놀았는데 가끔은 문제가 야기되기도 했다.
얇은 얼음위에서 타다가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지는 경우였다.
물이 얕아서 안전 문제는 없었으나 그 추운 영하의 날씨에 아랫 도리의 옷이랑 양말이랑 신발이 몽땅 젖어 버리면 문제가 심각해졌다. 그렇다고 그 신나는 썰매놀이를 포기하고 집에 가기는 좀 그러했다.
그럴 때마다 강 어귀에서 불을 지펴 젖은 옷과 양말을 말리곤 했다.
물에 떠 내려와 여기 저기에 걸려 있는 나무가지들을 줏어 모아 모닥불을 피워 난로겸 옷을 건조시키는 일도 참 재미있었다.
아이들 양말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어디 하나 말끔한 곳이 없었다. 타 오르는모닥불의 불 기운에 탔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렇게 참 재미있게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세월과 함께 그 초동 친구들은 흩어져 살고 있을 뿐이다. 윤식이는 울산에서 자동차 만든다고 열심이고, 윤호는 창원에서 건축 행정일에만 전념을 하고 있고 위춘이는 부산에서 사는 일에 아주 열심이고 태조는 함양읍에서 사업을 한다고 또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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