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놀이
불은 사람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고 끈끈하게 정신의 맥을 잇게 해주는 참 요물스런 존재이다.
불은 응집을 하게 하는 그런 존재인것이다.
그런 불을 가지고 엄천골에서 많이도 놀이 활동을 했다. 여름이나 가을이나 겨울철을 막론하고 불을 가지고 참 많이도 놀았던 기억이 있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는 썰매를 타다가 추울 때면 강 가에서 잔디를 태우기도 하고 강 어귀에 흩어져 있는 나무 가지들을 모아서 모닥불을 피우며 추위를 견뎌내었는데 모닥 불 놀이는 추위 자체를 이기기 위함이라기 보다 볼놀이 자체를 즐기기 위함에 더 이유가 많았다.
소를 먹이러 갔다가 감자 삼굿을 하기 위해 한여름에 불을 피워 댔던 일도 참 많았다. 연기를 퐁퐁 피워대면 정월 대보름날 달집 태우기처럼 시원함과 마음의 응어리가 한 순간에 연기와 함께 날아 가 버리는 듯한 그런 기분 때문에 친구들이랑 불놀이를 참 많이도 했다.
6학년 졸업식을 끝내고 남은 열흘 동안 돌판을 달구어 그 위에 시루떡이랑 떡국을 구워 먹는 불놀이도 참 즐거운 놀이였다.
가을이면 밀살이 콩살이를 위한 불 피우기 작업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렇게 나열을 하고 보니 어린 시절의 정서적 감흥은 거의 불과 관련이 많은것 같다.
지금은 고향엘 가도 아무도 없으니 스윽 드라이브나 하고 돌아 오지만 명절 때 고향엘 가노라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은 강가로 옮겨 가 지고, 강가에서 불을 피우고 있으면 반드시 나타나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아랫집의 양해철이다.
서울에서 공인중개사를 하고 있어서 수도권에서는 당당한 재산권의 중개 역할을 잘 하는 현대인이지만 시골에 가면 순식간에 촌놈이 되어주는 그 양해철이가 나는 참 좋다.
고향 시골의 분위기나 운치를 잘 즐기니까 말이다.
퇴직을 하고나면 꼭 해 보고픈 일이 하나 있다. 장작불을 때는 난로를 설치 해 놓은 집을 갖는 일이 그 하나다. 유리창 바깥엔 눈발이 휘휘거리는 그런 겨울의 풍경속에서 안과 바깥이 대조적인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장작불의 따스함을 한없이 느껴 보고 싶은 그런 그림을 많이 상상해 보곤한다.
어렷을 때의 불에 대한 따스한 기억들이 어른이 되고서도 여전하니 아직까지 피터팬의 증후군이 남아 있는 것일까?
어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항상 해서는 안된다는 억눌림이 고정 관념으로 통했던 그런 기억들이 어른이 되고 나서부턴 하고 싶은 것들을 능력의 한도 내에서는 얼마든지 시행 할수 있지 않는가 말이다.
마음 수련 연수에 갔을 때의 일이다.
상황을 핑겨대지 말고 내 편한 그대로, 어떤 상황일 때 내가 가장 편안한가를 의식하란다.
내가 좋아 하는 것, 내가 사랑하는 것, 일을 시행하면 편안하고 좋은 것 그런 것들을 사랑하란다.
산한고 강 뿐인듯한 고향의 분위기에서 불을 지펴 놓으면 지금도 그런 분위기를 요즈음도 참 좋아한다.
그럴 때면 옛날의 친구들이 곁에 있으며 참 좋으련만.......
또 며칠 있다가 엄천강가에 불놀이를 하러 가야겠다. 피터팬의 그리움을 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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