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한대가 참 부러웠던 시절
김용규
그렇게 많이 살지도 않은 나이이건만 엄천골 출신으로서 도시에서 생활하다 보면 나는 구 세대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참 많이도 느껴 보곤 한다.
이유인즉, 내 또래의 친구들이나 이웃들에게 나의 어릴 때의 이야기를 꺼내 놓으면 마치 타임 머신을 타고 온 원시 시대의 사람인양 인지를 하는 것 같은 때가 종종 있어 왔다.
지게를 지고 산에 가서 나무를 했다는 이야기와 엿을 사먹기 위해 지리산에 가서 탄피를 줏으로 갔던 이야기, 강을 건너기 위해 징검다리를 자주 이용했다는 이야기, 삼베를 만들기 위한 삼을 재배한 이야기, 창호지 만들기, 마을마다 가끔 개최된 콩쿨 대회 이야기등이 그것들이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곤 하지만 똥장군을 짊어지고 밭에 운반을 하여 퇴비로 이용한 이야기나 라면을 초등학교 6학년 졸업을 할 때에(1970년초) 처음 먹어 봤다는 이야기를 꺼낼 때면 이웃 사람들은 의아해 한다. 나 또래인데도 말이다.
시간이 허락되어지면 언제나 고향 방문을 한다. 잘 닦여진 도로를 이용하여 성능이 좋은 승용차로 핸들만 잡으면 고향의 향수를 직접 느껴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이런 것이 가능한 것들을 새삼스럽게 생각해 보면 참 감개무량해지기도 한다.
절터에서 함양을 가기 위해서는 70년대 초에는 하루에 세 번 왕복 운행했던 버스가 유일한 교통 수단이었다.
토요일이면 함양읍에서 엄천골로 가기 위해 버스비 4원을 절약하기 위해 40리나 되는 길을 걸어 다녔던 기억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참 많이도 웃는다.
당시 자전거는 참 귀한 물건이기도 했다. 함양읍에서 자취를 할 때 자전거를 하루 빌려 함양여중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배운 시간이 참으로 즐겁기도 했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지자 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만 보면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함양읍에서 출발하여 하림 비행기장을 거치고 남산을 지나고, 팥치재의 서낭당에 돌멩이 하나를 꼭 던져 대고 지나왔던 기억들, 목현을 지나 여름촌 마을을 지나고 또 대포마을, 당두재(절터 뒷산 고개)에 접어 들 때면 해가 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 햐! 이럴 때 자전거 한 대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먼길을 자전거로 쉽게 오고 갈 수 있으니 말이다.'
자전거 한 대를 소유해 보는 것이 큰 소원이기도 했던 당시를 가끔 되새겨 보면서 난 고향 엄천골로 드라이버를 자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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