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이야기

벌초(1973년 8월 25일)

배꼽마당 2012. 11. 8. 13:54

벌초(1973년 8월 25일)

 

2007년 8월 12일 오후 9:05

 

1973년 8월 25일 토요일 흐림

샘작골 할아버지 산소에 벌초를 하러 갔다. 오늘은 일꾼들이 우리 산에서 소나무 옆 가지를 치는 날이기도 했다. 나무가지를 쳐 내니까 사이사이 줄을 선것같아 보였다. 낙엽송 나무가 많이 자라 있다. 내키보다 더 컸다. 일꾼들은 심어 놓은 나무의 밑 풀을 베는 작업도 함께 했다. 나무를 엄청 많이 심어 놓았다.

삼촌과 사촌 동생인 용우와 함께 할아버지 산소의 벌초를 했다. 산소 주변은 키가 엄청 자란 풀들이 수북했다. 짙은 안개가 산봉우리를 감돈다.
샘작골의 할아버지 산소가 있는 곳은 제법 고도가 높다. 저 아래 애악골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 오는 곳이다.
산의 모습은 절경이었다. 야생 밤나무가 띄엄띄엄 자라고 있었다. 야생 밤나무는 알이 잘아도 맛이 있는 놈인데 요즘은 혹벌레 때문에 밤이 많이 열리지 않는다.

벌초를 다 하고 나서는 어머니께서 싸 주신 빵과 술을 꺼내었다. 산소 앞에 가지런히 놓고 우리는 절을 하였다. 삼촌께서 술을 산소 주변에 조금뿌리셨다. 할아버지께서 드시라는 뜻이었다.
목이 컬컬하여 삼촌께서 막걸리 한사발을 마시라 하셨다. 용우도 한잔 해 버렸다. 얼얼했다.
할아버지 산소를 우리집 마당의 넓이 보다 더 넓게 베었다. 넓고 아늑한 할아버지의 안식처이다.

잠시 짬을 이용하여 산소옆 능선으로 올라갔다.
푸른 엄천강과 우리 동네와 푸른들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선바위의 큰 바위가 한눈에 들어왔다.
저 바위를 동네 사람들은 좋게 말하지 않았다. 유난히 뾰쭉하여 칼처럼 생기기도 해서 그렇다고 여겼는가 보다. 우뚝 서 있어서 선바위라고 한다.

술을 마신게 금세 취했다. 한잔 했는데 얼얼해졌다. 난 목이 말라서 물맛으로만 마셨는데 정신이 몽롱해지기까지 했다.
누나가 점심을 이고 왔다. 일꾼들에게 드릴 점심이었다. 우리는 일꾼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샘작골의 산능선의 개울가 그늘에서 먹었다. 분위기가 엄청 좋았다. 잔치 분위기였다. 진짜 멋진 시골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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