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1973년 8월28일)
1973년 8월 28일 화요일 흐림
28일! 막바지에 다다른 방학의 끝 무렵이다. 개학날이 다가오고 있다.
까까중이 되고 싶었다. 절터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빡빡 깎았다. 머리를 빡빡 깎은 내 모습이 거울에 비쳐졌다.
멋 있었다.
코 아래 거무티티한 수염도 없어졌다. 사실 코 아래에 있던 것은 수염이라기 보다 소염이었는데 말이다. 실컷 놀았던 일은 즐거웠는데 방학 숙제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차라리 방학이라는 것을 없애고 중간 중간에 그 일수만큼 일요일을 많이 늘렸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놈의 숙제 때문이다.
내일 화계장에 돼지 새끼를 팔러 갈 것이다.
새끼 돼지의 등을 문질러 주었다. 이제는 그중 한마리가 나하고 아주 친구가 되어 버렸다. 입 주둥이가 한 쪽은 희고 한쪽은 검은 놈은 나만 보면 자꾸 나한테로 다가 온다.
이놈이 나에게 가까이 오늘 날엔 꼭 발을 씻어야 했다. 더러운 주둥이로 내 다리 부분을 씩씩 냄새를 맡고 나서는 핥아 댄 탓에 발을 꼭 씻어야 했던 것이다.
전에는 그 행동이 귀여워서 가만히 대 주기만 했는데 요즘엔 잇발이 많이 나서 아플 정도였다.
장삿꾼한테는 저 귀여운 돼지 새끼도 돈 보따리로 보여지겠지! 천박하다고 여겨지는 대명사가 돼지인데 그 천박한 돼지하고도 정이드니까 헤어지기가 아쉬어졌다.
용준이가 감나무에 올라갔다.
감나무엔 벌써 홍시가 서너개 달려 있었다. 홍시는 가을의 상징이다. 미리 준비해 둔 홍시를 따는 감 망이 없어서 함께 감나무에 오른 나도 그냥 손에 잡히는 것 하나를 땄다.
빨갛게 익은것처럼 보였는데 따서 보니 감꼭지가 달려 있는 부분에 벌레알이 들어 있었다.
꺼림직 했다.
입으로 벌레 알이 들어 있던 부분을 싹둑 베어서는 뱉아 버렸다.
한 손으로 나무가지를 부여잡고 한손으로는 홍시의 아랫 부분을 쥐어 짰다. 빨간 속 부분이 쏘옥 올라왔다. 어느새 내 입술은 홍시하고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올해 처음으로 가을을 먹어 본 맛이었다.
도시에서 먹는 홍시는 홍시 그 자체만 먹는다. 촌에서 직접 홍시를 따서 높은 감나무 위에서 주변의 파란 풍경하고 함께 먹으니 맛이 그만이다.
오늘 하루는 가을을 몽땅 먹은 기분이었다.
28일! 막바지에 다다른 방학의 끝 무렵이다. 개학날이 다가오고 있다.
까까중이 되고 싶었다. 절터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빡빡 깎았다. 머리를 빡빡 깎은 내 모습이 거울에 비쳐졌다.
멋 있었다.
코 아래 거무티티한 수염도 없어졌다. 사실 코 아래에 있던 것은 수염이라기 보다 소염이었는데 말이다. 실컷 놀았던 일은 즐거웠는데 방학 숙제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차라리 방학이라는 것을 없애고 중간 중간에 그 일수만큼 일요일을 많이 늘렸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놈의 숙제 때문이다.
내일 화계장에 돼지 새끼를 팔러 갈 것이다.
새끼 돼지의 등을 문질러 주었다. 이제는 그중 한마리가 나하고 아주 친구가 되어 버렸다. 입 주둥이가 한 쪽은 희고 한쪽은 검은 놈은 나만 보면 자꾸 나한테로 다가 온다.
이놈이 나에게 가까이 오늘 날엔 꼭 발을 씻어야 했다. 더러운 주둥이로 내 다리 부분을 씩씩 냄새를 맡고 나서는 핥아 댄 탓에 발을 꼭 씻어야 했던 것이다.
전에는 그 행동이 귀여워서 가만히 대 주기만 했는데 요즘엔 잇발이 많이 나서 아플 정도였다.
장삿꾼한테는 저 귀여운 돼지 새끼도 돈 보따리로 보여지겠지! 천박하다고 여겨지는 대명사가 돼지인데 그 천박한 돼지하고도 정이드니까 헤어지기가 아쉬어졌다.
용준이가 감나무에 올라갔다.
감나무엔 벌써 홍시가 서너개 달려 있었다. 홍시는 가을의 상징이다. 미리 준비해 둔 홍시를 따는 감 망이 없어서 함께 감나무에 오른 나도 그냥 손에 잡히는 것 하나를 땄다.
빨갛게 익은것처럼 보였는데 따서 보니 감꼭지가 달려 있는 부분에 벌레알이 들어 있었다.
꺼림직 했다.
입으로 벌레 알이 들어 있던 부분을 싹둑 베어서는 뱉아 버렸다.
한 손으로 나무가지를 부여잡고 한손으로는 홍시의 아랫 부분을 쥐어 짰다. 빨간 속 부분이 쏘옥 올라왔다. 어느새 내 입술은 홍시하고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올해 처음으로 가을을 먹어 본 맛이었다.
도시에서 먹는 홍시는 홍시 그 자체만 먹는다. 촌에서 직접 홍시를 따서 높은 감나무 위에서 주변의 파란 풍경하고 함께 먹으니 맛이 그만이다.
오늘 하루는 가을을 몽땅 먹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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