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나무
김용규
하늘뵈러 오르다가 머물던 긴 기다림
살며시 감싸안 듯 젖은맘을 어우르며
열아름 훨씬 더 넘게 둥지를 튼 저 여유
귀신불 춤을 추던 전설문을 열려하며
당산제 올릴 적에 황토내음 비비다가
색 곱게 머리를 틀고 햇살담는 보금자리
그윽히 마음편케 하늘을 이고 살더니
낮은 듯 겸손하게 쌓은 정을 감고서서
나긋이 바람 빗기며 무늬곱게 부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