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이야기

초피와 엄천강 그리고 어탕국수

배꼽마당 2012. 11. 9. 15:23

                초피와 엄천강 그리고 어탕국수

 

 

2007년 8월 30일 오후 7:02

지난 일요일엔 계획에도 없던 일정이 생겨 바빴던 하루였다.
서울 동서네가 일행 10분을 모시고 엄천강엘 왔단다. 래프팅이 주 목적이었지만 물이 적어 래프팅을 포기하고 엄천강에서 고기를 잡기로 했다는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흘러 나왔다.

'물고기를 잡아 보지 않은 사람들이 무슨 물고기를 잡는다고 난리 법석일까?'

그러면서 물고기 잡을 도구를 나에게 물었다. 투망?, 족대? 두 가지 종류중 어느것이 좋을까 하는 물음이었다.
난 대뜸 투망을 선택했다. 열 사람정도 되면 투망이 되어야 먹을 만큼의 고기가 잡힐 것이고 족대로는 어설픈 고기 잡는 흉내만 낼것이므로 투망을 선택해서 유림까지 가서 사 놓으라는 말까진 전했다.

그 이후에 난 집에 있는 투망을 준비하여 바쁘게 채비를 하여 고속도로로 승용차를 얹었다. 바삐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진주에서 엄천골까지 마음만 먹는다면 거의 1시간이내의 거리이다.
한편으로는 어설픈 고기잡이로 괜히 멀리까지 온 손님들에게 실망이 있을까 봐 나름대로 내가 직접가서 고기를 잡아 줄 속셈에서였다.

때는 점심때라 미리 시켜 놓은 오리 백숙을 함께 했다. 50대 중반의 서울 손님들로 꽉 찼다.
나보다는 한참 연배인지라 수 인사만 하고 오리 백숙과 소주 두어잔을 비웠는데 상 앞에 갖 담아 내 놓은 김치에 젓가락이 자주 가는것을 목격했다.

" 햐 맛이 있네!"

나도 맛이 있다는 김치 맛을 한번 보았다. 그저 평범한 김치맛이었는데 좀 유별난 것은 김치에 초피(제피) 향료를 넣은 맛이었다.

" 산초맛이야!"

순간 떠 오르는 야후 국어 사전의 사건이 생각났다.

산초와 초피는 동의어이다 라고 표기해 놓은 야후의 국어 사전에 이의를 제기했고 그 이후 야후 국어 사전의 수정이 있게 한 장본인이 바로 나 아니던가!

"산초와 초피(제피)는 완전히 다릅니다. 서로 모양이 비슷하나 산초는 그 열매를 기름을 짜서 약용으로 이용을 하고 향료의 향기가 나지 않으나 초피는 추어탕이나 어탕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향료로써 이용이 되는 것을 초피라 합니다."

괜히 국어학적으로 설명을 했다.

" 서울 사람들은 초피와 산초를 같은 종류로 생각하나 그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분명히 추어탕에 들어 가는 것은 초피입니다."

계속 부연 설명을 했다.

괜히 서울 손님을 모셔 놓고 분위기를 깨는 듯 했으나 곁에 있는 손님들은 오히려 더 관심이 있어 했다.

" 아하! "

어렸을 때 초피를 많이 먹어 봤다 했다. 초피를 넣어 담근 김치에서 강한 향수의 맛을 느껴 본다고 했다.

" 초피를 좋아 하시나 봐요?"

어느 누구도 빼 놓지 않고 초피 김치를 좋아한다고 했다. 동강횟집 주인 아주머니에게 김치를 더 요구하기까지 했다.

가게에 가서 검정 비닐봉지 7개를 주분해서 식사가 끝 날 무렵 여자분들을 내 승용차에 타라고 했다. 남자들은 족대로 강에 가서 고기를 잡고 그동안 좋아하는 초피 나무 있는 곳으로 가서 한봉지씩 열매를 따러 가자고 했다. 그 귀한 것을 한봉지씩 그것도 공짜로 따는 곳이 있냐는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주시했다.

" 얼마든지 딸 수 있게 해 드릴테니 아무 염려를 하지 말고 차에 오르라고 했다. 옛날에 어머니께서
집 뒤의 밭가에 심어 놓은 큰 초피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는 서울 손님들에게 선물을 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래프팅을 하러 온 손님들에게 엉뚱하게 농촌 체험의 장이 되어 버렸다. 엄청 큰 초피나무 아래에 가니 모두들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진한 향기가 그윽하게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 이 나무의 잎이 연할 때 된장에 버무려 장떡을 구워 먹으면 맛이 그만인데~"

시골 태생인듯한 서울 손님 한분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모두들 한 봉지씩 땄다.
주는 것을 먹어 보긴 했어도 직접 초피 열매를 따 보기는 처음이라 했다. 그러면서 오늘 여행은 아주 값지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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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서는 족대로 물고기를 열심히 잡고 있었다. 그중 두 사람은 족대로 물고기를 잡는 선수였다. 엄천강에서 족대로 고기를 잡지 않아 고기가 아주 많다 했다. 아니나 다를까 고기 망속에는 여러 종류의 고기가 가득 들어 있었다. 강가에 살아 왔던 나보다 오히려 고기를 더 잘 잡는 수준이었다.

난 가져간 투망으로 피래미를 목표로 여러번 망질을 했다.

한 30여 마리를 잡고서는 한데 합쳐 동강횟집에 가져가서는 요리를 부탁했다. 수고비와 재료비는 드릴 계획으로 부탁을 한 것이다. 기꺼이 그러마 했다.

물고기를 푹 삶아 체로 물고기를 체로 걸러낸 다음 여러 재료들을 넣고 다시 끓였다.

고추 다진것과 초피 향료가 가득히 준비되어 있었다. 삶은 국수위에 어탕국을 넣었다. 양념을 듬뿍 넣었다. 진한 향기가 물씬 풍겼다.
모두들 말이 없었다. 대신에 연신 후루룩 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맛이 대단하다 했다. 아주 훌륭하다 했다. 어느 어탕국수보다 훨씬 맛이 있다 했다. 분위기를 잘 잡은 내가 괜히 으쓱해짐을 느꼈다.

어찌 되었건 엄천강에서의 어탕 국수는 식당에서 먹는 것 보다 더 맛이 있고 재미를 느껴 보는 진미를 느끼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