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이야기

박장대소 하던 날

배꼽마당 2012. 11. 8. 15:36

박장대소 하던 날

 

2006년 9월 26일 오후 9:34

 

1974년 5월 30일 날 그날은 목요일이었다. 날씨는 흐림


날씨는 가히 덥지는 않았지만 오전에는 날씨가 화창하여 그런대로 운동장에서 교련 훈련을 받을 수 있을만 하였다.

우리는 규칙있게 멋있는 정사각형 의 열을 지으며 열병분열 훈련을 받았다.

" 받들어- 총!"
" 좌향 앞으로 갓!"
" 뒤로 돌아- 갓!"

M1 소총을 어깨에 메고 우리는 열심히 군사 훈련을 받았다.

" 다음은 구령 연습을 한다. 내가 지명을 하는 사람은 나와서 크고 분명한 소리로 구령을 한다. "

교련 선생님의 지시 사항이었다.

" 지휘관의 명령과 지시에 명확한 동작을 할 것!"

또 다시 지시 사항을 내렸다.

서넛의 친구들이 교련 선생님에게 불리어져서 지휘관으로서의 명령을 하달 하였다.

" 앞으로- 갓!"

" 우향 앞으로- 갓!"

" 제자리에 섯!"

모두 그럴싸 한 지휘관 행세를 하였다. 그 다음에 교련 선생님께서는 또 다른 친구를 지명 할 태세였다.

" 선생님, 이번에 제가 한번 지휘를 해 보겠습니더."

군사 훈련 자체가 딱딱하고 엄격한 시간인데다 뙤약볕 아래에서 한시간을 훈련을 받다 보니 모두들 지친 상태이기도 했다.

여러 사람 앞에 긴장된 기분으로 지휘를 하기를 거의 대부분 꺼리는 분위기인데 한 친구가 그 일을 자청 한 것이다.

" 음 좋아! 지휘관은 자고로 용기가 있어야 하는 거야. 지휘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 하도록!"

엄격하고 낭낭한 목소리로 교련 선생님의 또 다른 지시가 내려졌다.

" 소대 앞으로 가이소!"

사투리 발음의 지휘관 명령이었다. 우리는 순간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지휘관의 명령이니까 총을 어깨에 메고 앞으로 행진을 하기 시작했다.

" 우향 앞으로 가이소 1"

또 대열 속에서 킥킥거렸다. 코믹하게 지휘관 행세를 하는 친구의 위트에 한결 분위기가 어색하면서도 재미있어졌다.

" 소대 제자리에 서이소!"

우리는 명령에 따라 제자리에 섰다.

" 모두 제자리에 앉아!"

지휘관의 명령이니까 우리 모두는 땅 바닥에 휴식을 취하듯 제자리에 앉았다.

" 바보가 따로 있나!"

교련 선생님께서는 어이가 없는듯 지휘관의 권한을 박탈시키고 대열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우리는 모두 킥킥거렸지만 그래도 교련 선생님께서는 엄숙한 자세 그대로였다. 딱딱한 교련 선생님께서도 속으로는 많이 웃으셨을 것이다.

오늘 마지막은 화학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는 한 칠판 가뜩 가득 적으시고 다음엔 설명을 하시다가 무슨 생각에 잠기시는지 갑자기 교실이 조용해졌다.

그 중 몇몇 친구들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화학 선생님의 설명이 중단된 상태인지라 교실 안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 때 내 뒷쪽에 앉아 있던 (UL)이가 벌떡 일어서더니 앞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 저 친구 또 집엘 가나?" 수업 시간에 자주 졸던 (UL)이의 행동을 자주 봐 왔던 일이라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나갔던 (UL)이는 밖으로 나가지 않고 앞쪽에 그냥 서서 선생님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 왜 나왔니?"

어이 없어 하는 화학 선생님의 반문이셨다. 우리반 아이들은 폭소가 터져 나왔고 선생님의 말 소리를 듣지 못한 (UL)이는 계속 두리번 거렸다.

" 거기에서 꿇어 앉아?"

앞쪽에 있던 한 친구가 선생님의 지시 사항을 재 전달 하듯 말을 던졌다.

(UL)이는 순순히 그 자리에 꿇어 앉고 다음의 지시 사항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양을 계속 보고 계시던 선생님께서는 결국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UL)이가 꿇어 앉는 동작과 동시에 우리 교실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내 눈에서 눈물이 쏟아질 정도의 폭소의 도가니가 되었고 다른 친구들도 모두 배를 움켜 잡고 깔깔댔다.

사연인즉, 잠이 퍽이나 많은 (UL)이의 체질인지라 자주 졸던 (UL)이는 오늘도 예외는 아니어서 화학 시간에 계속 졸았고 , 이 모습을 계속 관찰하고 있던 친구 하나가 엎드려 자고 있는 (UL)이의 등을 두드려 깨운 다음 나즈막하게

" 야 (UL)아! 너 선생님께서 앞으로 나오래." 했던 것이다.

그 말에 자다가 깬 (UL)이는 수업 시간에 졸았다는 이유로 앞으로 나가서 벌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대로 행동을 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선생님의 강의 소리가 맛있는 자장가로 계속 들리다가 갑자기 교실 안이 조용해졌으니 잠을 자던 (UL)이도 교실 안이 갑자기 조용해 졌다는 것을 감지했고, 그 조용한 이유가 자신이 엎드려 자고 있는 것에 대한 선생님의 화난 것에 기인 되었다고 판단을 했던 모양이다.

그 친구는 반 친구들이 장난을 친것도 모르고 친구의 명령이 선생님의 명령인 것으로 착각을 했고 그대로 따라 했다.

그때서야 (UL)이는 반 친구에게 놀림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뒷통수를 긁적거리며 아주 겸연쩍은 표정과 함께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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