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겨울과 장작난로

배꼽마당 2012. 11. 8. 09:22

난 가끔  멋진 그림을 많이 그린다.
 붓으로 그리는 그림 말고  마음으로 그리는 그림 말이다. 이렇게 추운 겨울이면 숱하게 그린 그림이 있다.
려한 네온싸인이 번적거리는 그런 그림 말고 촌스럽고 아늑한 겨울철 그림을 많이 그린다.   눈이 내리는 지리산이
 있어야  하고,  엄천강이 빤히 보이는 엄천골짜기가 꼭 그림속에 존재해야 하는 그런 그림이었다.  세찬 칼바람속에 
하얀 눈발이 휘휘거릴 때 난 예쁜 창문이 있는 그런 거실 같은 공간에서 장작
 난로를 피어 놓고 이 세상에서 가장 따스함을 느껴 보는 그런 그림을 자주 그린다. 

  따뜻함!
아파트의 가스 보일러를 하루 졸일 켜 놓거나, 전기로 가열하는 실내 히터를 켜면 금세 따듯해지는 그런
따스함은 많이 따뜻하지 않다. 그런 온도 가열은 표피적인 느낌일 뿐 마음까지 따뜻해지지는 않는다.
영하의 날씨에 그것도 세차게 몰아부치는 북서풍에다가 그 바람에
 얹혀 눈발이 뒤섞이는 그런 날씨에 바깥의 모습이 쉽게 보이는 그런 포장마차 형태의
공간에서 장작 난로를 피워대며 군고구마 향기가 진동을 해 대는 그 상태가 진짜  따스한
상태일 것이다.  에스키모들이 사용했던 이글루는 안쪽 역시 영하인데도 바깥의 온도와 아주 상이하기에
따뜻함을 많이 느끼며 실제로 생활의 공간으로 이용해 왔다. 상대적인 따스함 때문일 것이다.  
평소엔 따뜻한 날씨이다가도 갑자기 조금 추우면 엄청나게 춥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추운
한겨울이 되면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 모두 단단한 무장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리산 아래에서 장작 난로를 피어 대는 그런 상황을 실제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전원 주택을 만들고, 벽난로도
 만들고 하는 사람들이 요즘 고향에선 많이 실행하고 있다. 고향 친구가 벽난로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페치카 처럼 장작 벽난로를 주문받아 만든다고 요즘 많이
바쁘단다. 고향의 마을에서 굴뚝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상상을 해 보면 참 정겨운 그림이
만들어진다. 요즘처럼 한겨울이면 시골 마을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그런 따스함이 많이 그리워진다.

눈발이 세차게 몰아치는  날이면 차를 몰고 잘 나다닌다. 지리산 아래에서 살던 날엔 자주 그랬다. 아이들과
꼭 같은 기분으로  그랬는데 옆지기는 그때마다 너무 순진하단다.  승용차 차창  바깥에서는 눈발이 세차게
 몰아부칠 때 차안은 더 따뜻해진다. 상대적인 따뜻함이었다.  매섭운 겨울 바람이 차 유리를 때려대고 
헤트라이트에 비치는 눈발도 총알처럼 차 유리를 때려 댈 때면 각본없는 드라마가 되고 멋진 영화의
한 장면이 되어준다. 그 뿐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면서도 전률이 일 정도의 흥분이 되는
 분위기가 참 좋았다.  

화려함 보다 윈시적이면서도 감칠맛나는 겨울 분위기도 가끔은 누려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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