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이야기

용유담의 비경

배꼽마당 2015. 9. 7. 09:58

비가 오는 날의 지리산 용유담 모습이다. 용유담은 비를 머금고 있을 때의 모습이 가장 예쁘다. 바위 피부가 광택이 나면서 숨기고 있던 영롱한 기상과

태깔을 뽐내고 있으니 말이다. 용유담은 저 자리에서 수만년동안 그대로 있는데 지리산 댐 문제와 명승지 지정 문제로 수 많은 사람들로부터

회자되었고 상처를 입기도 한 곳이다. 용유담의 진정한 가치를 많은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용유담의 존재를 비하하고 했던 사람들은

숨겨진 이해문제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해 본다. 난 단지 고향의 멋진 곳이기에 이 곳을 사랑할 뿐이다.

 

 

 

                                                        용유담

                                                                                                                                                김용규

전설이 숨을 쉰다 청자빛이 꿈틀댄다
태초의 그리움마저 혼을 담아 용솟음치고
심장이 터질듯함에 산빛 물빛 휘감아돈다

인고의 세월 견디고 부활의 강 다스려 안고
기나긴 인내의 혼 그 정성이 갸륵하구나
에덴의 빗장을 열고 정을 다듬는 어여쁨이여

무당 굿소리에 설움 묻고 한을 묻고
하늘을 다스리고자 번뇌를 다스리고자
산천에 기도한 정성 사무치도록 아롱져 익어라

 

 

 

 

용유담 시문(佔畢齋集卷之七)
김종직

용유담의 위는 여러 산봉우리의 중턱인데 / 龍遊潭上亂峯腰
높이 솟은 팔천봉에 잔로가 멀리 보이누나 / 八蒨穿雲棧路遙
빗속에 바위 위에 앉아 점심을 먹고 나서 / 雨裏巖頭澆飯罷
세 사람이 길이 읊으니 산꼭대기 메아리치네 / 三人長嘯響山椒

용유담 가에는 돌들이 오랫동안 닳아서 / 龍遊潭畔石磨礱
작은 것은 술동이 같고 큰 것은 구덩이 같네 / 小若窪樽大埳空
조화옹이야 이를 용이하게 만들어 냈으리 / 造化兒能容易辦
푸른 절벽에 머리 돌려 자연의 이치 상상하노라 / 蒼崖回首想鴻濛

용유담 밑에는 우레 소리 사라졌으니 / 龍遊潭底泯雷音
응당 지난해 오늘의 마음을 알리로다 / 也識前年此日心
가뭄 풀고 마른 것 소생시켜 다시 응험 있으니 / 沃暵蘇枯還有應
굳이 혹약으로 장마비 만들 것 없겠구려 / 不須或躍便爲霖

용유담 아래는 물이 기름같이 맑아서 / 龍遊潭下水如油
하늘 그림자 맑고 나무 그림자는 빽빽한데 / 天影澄澄樹影稠
사람의 한 치 마음의 참모습과 똑같아 / 方寸人心眞箇樣
거센 물결 지나자마자 안온한 흐름이로다 / 纔離激盪卽安流

 

 

 

곳곳에 이런 돌개구멍(포트홀)이 눈에 띈다

 

 

 

좁은 이쪽과 저쪽 사이로 엄천강물이 흐른다. 강의 폭은 불과 3-4m 정도 되어 보이는 곳이다.

 

 

 

 

용유담 지나가면
                                 강희근(시인, 전 경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용유담 지나가면
용 한 마리 꼬리 치며 하늘 오르는
것 볼 수 있을까

꼬리 치는 바람에 튀겨지는 물방울
비로 떨어지는
떨어지며 우뢰날 찍어내리는 것 볼 수 있을까

비늘이 햇날로 소용돌이 치고 난 뒤
도사 한 분 막대기 들고
백장발 억새 위에 얹히어 산능선으로 오는 것
볼 수 있을까

산능선 다하는 바위 짬 서서
막대기 물 찍어 후욱 내흩이면
도사여 그 물이 점 점
오십리 밖 소나기로 내리는 것 볼 수 있을까

오, 용유담 지나가면
흉년도 가난도 한 생애 업보도 비추어
탕감의 은전
설화 같이 내리는 것 볼 수 있을까

참말로 용 한 마리 꼬리 치며 하늘 오르는
것 볼 수 있을까

 

 

 

 

 

용유담
뇌계 유호인

산과 계곡이 이 같이도 좋아서
천천한 걸음으로 나 다시 찾아왔네

은은하게 피어난 꽃 아름다운 빛
망망한 하늘에는 새 그림자 돌아오네

높은 벼랑은 영지 못에 떨어지고
맑은 낮 바람 소리 높이 우누나

놀란 용들아, 낮잠에서 깨어라
그대 불러 한 바탕 웃어 보리라
.

 

 

 

 

 

용유담
山草/곽태성

황금빛 용비늘
푸른 물결에 씻어
아홉 마리 용
전설의 나들이
그 얼마나 장엄했으랴

알수 없는 깊이에
바람마져 떨며 스쳐가고
꼬랑지 세워 승천할제
하늘 문이 열리고
천둥 번개 울었더라

아!내고향 전설이
용트림 하나니
하늘아래 첫 동네
등구마천 하늘에
태고의 용 울음이 솟구치구나

거센 물살이
바위를 깍아
억겁의 세월이
둥글게 터 잡고
소용돌이 물속에 노니는 다슬기떼
용비늘 타고 잿빛 하늘로 가잔다.

 

 

 

 

 

수없이 용유담의 모습을 찍었는데 이 모습은 처음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생각보다 멋지다.

 

 

 

 

점필재집 시집 제7권

 

칠월 이십 팔일에 용유담에서 비를 빌다 

 

                                   김종직

 

○ 그 첫번째[其一]


양쪽 절벽이 급한 여울 동여매어 / 兩崖束崩湍
십 리 밖까지 우레 소리 들리네 / 十里聞雷吼
돌 모양은 스스로 천태만상이요 / 石狀自千萬
그 위에는 굴혈들이 많이 있으니 / 其上多嵌竇
아마 여기에 신룡이 사는가 하여 / 疑是神龍居
몸 굽히고 두 번 머리 조아리노라 / ??再稽首

 

○ 그 두 번째[其二]

 

                                                        푸르고 푸른 저 천왕봉에 / 蒼蒼天王峯

구름 안개가 수증기처럼 일어나더니 / 雲霧若??
삽시에 쓸어 낸 듯 활짝 걷히어 / 須臾劃開豁
초목이 선명해서 셀 수도 있겠네 / 草木粲可數
나는 산 구경 하러 온 게 아닌데 / 我行非爲山
어이해 구름 일고 비오지 않는고 / 膚寸胡不湊

 

○ 그 세 번째[其三]


거주민들이 스스로 단결하여 / 居民自團結
시냇가에 띳집을 지어 사는구려 / 茅屋臨溪水
청학동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 舊聞靑鶴洞
이 마을이 바로 그 곳인가 싶구나 / 玆村無乃是
몹시도 부끄러워라 부로의 말이 / 深?父老言
지금 조세 독촉하는 아전이 있다 하네 / 今有催租吏

 

○ 그 네 번째[其四]


원숭이 부르짖고 새도 지저귀어라 / 猿呼鳥復?
사방 산천이 어느덧 저물었는데 / 四山忽已暮
돌아든 물가에서 향초를 캐니 / 回汀?杜若
잎마다 서늘한 이슬이 젖어있네 / 葉葉沾凉露
이내 부들 자리로 가서 자노니 / 聊就蒲薦眠
가을 소리가 높은 나무에서 나누나 / 秋聲在高樹

 

○ 그 다섯 번째[其五]

 

고미로 지은 도시락밥을 먹고 나서 / 行廚飯菰米
밤에는 바위 밑 의지하여 자는데 / 夜依巖下宿
머리 쳐드니 은하수만 바라보일 뿐 / 擡頭望雲漢
뭇 돼지 목욕하는 건

못 보겠네 / 不見群?浴
부끄럽다 농사 걱정하는 정성 없기에 / 愧無憫農誠
신룡이 응당 눈을 감아버렸겠지 / 神龍應瞑目

 

 

 

 

 

 

 

용유담

 

                                          조구명 (1724년)

 

 

         지세는 매우 깊고 그윽하며,                 地勢陰森最

           시내는 격렬하게 쏟아져 내리네 .                  川流激射來

           바람 불고 구름 일자 용이 솟아올랐다가,    風雲龍拔出

           보금자리 찾아서 바위 뚫고 돌아오네.          巢宅石穿回

           깊은 가을 날씨처럼 오싹한 느낌,           凜若深秋氣

           마른 하늘에 날벼락 치는 용의 조화,        公然自日雷

           위태로운 출렁다리 건너질 못하고,         危橋跨不測

           바위 넘어 새 길 찾아 건너간다네.         生路渡方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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