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 마천면 구양리 촉동 마을 뒷쪽에 옛 등구사 터가 있다. 현재 옛 등구사를 복원하기 위하여 스님께서 애를 쓰고 계시는 곳이며 옛 등구사 대신 현재 등구사란 이름으로 작은 사찰이 있다. 이 사찰에서 지리산의 모습이 빤히 보이며 조망이 아주 좋다. 차량으로 오를 수 있지만 경사가 급한 곳이며 상당한 고지대에 위치한다. 급격한 경사를 이루며 길을 오르다 보면 상 중턱에 완만한 곳이 형성되어 넓은 사찰터였다는 것이 눈에 확연해진다. 주변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지리산 천왕봉이 한눈에 보이며 조망이 아주 좋은 곳이다. 500년전 김일손 선생의 지리산 산행기인 속두류록에 등구사에 관한 기록이 있기에 일부분을 옮겨 본다. 아래의 자료는 현 등구사 주지스님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번역 작업을 하기 위한 자료이다.
김일손 선생의 속두류록 중에서 등구사에 관한 기록
신마(信馬)로 등귀사(登龜寺)에 당도하니 산의 형상이 소복하여 거북과 같은데, 절이 그 등에 올라 있다하여 이름이 된 것이다. 옛 축대가 동떨어지게 높고, 축대 틈에 깊숙한 구멍이 있어 시냇물이 북으로부터 내려와 그 속으로 쏟는데 소리가 골골한다. 그리고 그 위에 동찰(東刹) ㆍ 서찰(西刹)이 있는데, 우리 일행은 모두 동찰에 들고 종자를 골라서 돌려보냈다. 비가 밤을 새고 아침까지도 그치지 아니하므로 드디어 절에 머물러 각기 낮잠을 자고 있는데, 중이 갑자기 말하기를, “비가 개어 두류산이 보인다.” 하기로 우리 세 사람은 몰래 일어나 잠든 눈을 부비고 보니 새파란 세 봉이 점잖게 창문에 당하여 흰 구름이 비끼고 푸른 머리구비가 비칠 따름이다.
이윽고 또 비가 내리므로 나는 농담조로 말하기를, “조물주도 역시 관심을 두는 모양인가. 산악의 형상을 숨기는 것을 시새워하는 바가 있는 듯하다.” 하니 백욱은 말하기를, “산신령이 오래도록 시객(詩客)을 가둬놓을 작정인지 뉘 알겠는가.” 하였다. 이날 밤에 다시 개어 하얀 달이 빛을 발하니 창안(蒼顔 산을 말한 것)이 전부 드러나서 뭍 골짜기에는 선인(仙人) ㆍ 우객(羽客)이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백욱은 말하기를, “사람 마음이나 밤기운이 이 지경에 이르면 도시 찌꺼기라곤 없기 마련이라.” 하였다. 나의 조그마한 몸이 자못 피리를 고를 줄 알기로 그를 시켜 불게 하니 또한 족히 공산의 소리를 전할 만하여 세 사람은 서로 대하고 밤이 으슥해서야 바야흐로 잠자리에 들어갔다. 이튿날 아침에 나는 백욱과 더불어 짚신을 신고 지팡이를 짚고 걸어서 등구암을 떠나 1마장쯤 내려가니 볼만한 폭포가 있다. 십 리쯤 가서 한 외로운 마을이 보이고, 그 마을에는 감나무가 많았다. 험한 고개를 넘어 산 중허리를 타고 바른편으로 굴러서 북으로 향하니 바위 밑에 샘이 있기에 두 손을 모아 물을 떠서 마시고, 따라서 세수도 하고 나와 한걸음으로 금대암(金臺庵)에 당도하니 중 한 사람이 나와 물을 긷는다. 나는 백욱과 더불어 무심코 뜰 앞에 들어서니 몇 그루 모란꽃이 피었다. 그러나 하마 반쯤 시들었는데, 꽃빛은 심히 붉다. 그리고 백결(百結)의 납의(衲衣)를 입은 중 20여명이 바야흐로 가사(袈裟)를 메고 경을 외우며 주선하는 것이 매우 빠르므로 내가 물으니 정진도량(精進道場)이라고 한다. 백욱이 듣고 해석하기를, “그 법이 정하여 섞임이 없고, 전진이 있고 후회는 없으니, 밤낮으로 쉬지 않고 나아가서 부처의 공덕을 짓자는 것이다.” 하였다. 만약 조금이라도 게을리하는 일이 있으면, 그 무리 중의 민첩한 자가 기다란 목판으로 쳐서 깨우쳐 조을지 못하게 한다. 나는 말하기를, “중노릇하기도 역시 고되겠다. 학자의 성인을 바라보는 공부도 이와 같이 한다면 어찌 성취가 없겠는가.” 하였다. 암자 내에 육환(六環)의 석장(錫杖)이 있는데, 매우 오래된 물건이었다. 날이 정오가 되자 옛길을 경유하여 돌아와 석간수를 내려다보니 갑자기 창일하여 호수와 같으므로 멀리서 상무주(上無住) 군자사(君子寺)를 가리키며 가보고 싶었으나 걸어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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