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나들이

함양의 거연정을 아시나요?

배꼽마당 2013. 2. 12. 11:42

 함양의 화림동 계곡은 함양과 장수의 경계가 되는 육십령 고개로부터 시작해 안의까지 이어지는 긴 계곡이다.

 화강암 반석들이 계곡 곳곳에 널려 있어 녹음이 우거진 여름이면 녹색과 흰색의 대비가 강렬하다. 이 계곡에는  

여덟 개의 못은 지금도 존재하지만 정자는 거연정(居然亭) 군자정 동호정 세 정자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

거연정은 이 중에서도 가장 상류에 자리하고 있다. 이 정자는 1640년경 화림재 전시서(全時敍)가 서산서원을 짓고

 지금의 자리에 억새를 이어 정자를 만든 것이 처음이다. ‘거연’이란 이름은 주자의 시 ‘정사잡영(精舍雜詠)’ 중

“그렇게 나와 샘과 돌이 같이 사네(居然我泉石)”에서 따온 것이다. 주자가 살았던 무이구곡이 그랬는지 모르지만

화림재의 거연정은 그래서 계곡의 천변에 있는 게 아니라 아예 계곡의 섬 안에 들어가 앉아 있다. 주자의 시 구절 그대로

 물과 바위와 정자가 한 몸이 되어 흐르고 있다. 영남의 정자들이 풍경 속에 숨어 있는 것이 특징이긴 하지만 이렇게

풍경 속으로 뛰어든 적극적인 예는 아마 거연정이 유일할 것이다.  흐르는 계
곡 한 가운데 거대한 화강암 바위가 존재하고 그 바위위에 정자를 지어 운치를 더해준다. 유심히 주변을 살펴본다면

그야말로 천하 제일의 절경을 뽐내고 있으며 정자 사이의 맑은 물이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청초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