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중 경남 함양. 20대 초반이던 K씨는 한밤중에 여러 사람과 인민군 트럭에 실려 끌려가고 있었다. 전쟁 전에 알고 지낸 청년 B씨가 인민군이 돼
함양에 왔는데, 그가 K씨 일행을 끌고 가던 중이었다. 함양과 남원 경계지역을 넘어가던 차가 갑자기 멈춰 섰다. B씨는 K씨를 차에서 내리게 해 산속으로
끌고 가더니 갑자기 허공에다 총을 쐈다. 그러면서 “도망가라”고 속삭였다. K씨를 총살한 것처럼 하고는 그를 살려 보낸 것이다.
전쟁이 끝난 후 K씨는 B씨의 생사를 수소문하다 그가 포로로 잡혔다 풀려나 남원 지역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K씨는 B씨를 찾아가 고마움을 전했고,
이후 두 사람은 줄곧 교유를 이어갔다. 하지만 K씨는 가족이나 이웃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행여 B씨의 ‘붉은 전력(前歷)’이 드러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원본 보기 : http://shindonga.donga.com/List/3/02/13/745935/1 (신동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