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현장

경남도민일보에 기사 실리다!(외포초)

배꼽마당 2016. 8. 17. 08:52


 

 

 

(경남도민일보 2016년 8월 17일자 24면 전면 기사내용 캡쳐)

 

 

 

거제 외포초등학교 폐교 위기 벗어난 비결은 

    

2010년 학생 34명, 통폐합 대상…주민·교직원 "학교 살려보자"
장거리 통학 위한 버스 운행, 관현악·영어·댄스·미술 등 '특색있는 무료 방과 후 수업'

주찬우 기자 joo@idomin.com 2016년 08월 17일 수요일

 

                                 폐교 위기에 내몰렸던 시골 초등학교가 다시 살아났다.

 

농촌지역 특성상 마을 인구가 고령화돼 입학생이 줄자 2012년 통폐합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학교다.

마을에서 학교가 사라지게 놔둘 수 없다며 학부모와 교직원,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학교 살리기 운동을 벌였고, 지금은

오고 싶은 학교로 변모했다. 거제시 장목면에 있는 외포초등학교 이야기다.

 

 

거제시 장목면에 있는 외포초등학교는 1935년 장목초등학교 부설 외포간이학교로 설립돼 그동안 3218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장목면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던 학교였다.

고 김영삼 대통령이 외포초 간이학교를 다녔고, 김봉조 전 국회의원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곳 외포초 졸업생이다.

 

 

한때 폐교 대상이었던 거제 외포초교는 지역주민과 학교 구성원의 노력으로 오고 싶은 학교로 변화 중이다. 김용규(뒷줄 가운데) 교장과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주찬우 기자



 

  하지만, 이전 명성과 달리 차츰 학생 수가 줄어들더니 2010년에는 34명까지 학생 수가 줄어 폐교를 논하는 단계였다. 학생 수가

 늘지 않으면 더는 학교를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학교가 통폐합 대상에 포함되자 지역 주민들은 거제교육지원청을 방문해 3년 유예 결정을 받아냈고, 3년 이내 학생 수가 증가하지

 않으면 폐교한다는 데도 동의했다.

6년이 지난 지금 외포초는 폐교는커녕 인근 지역에서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할 정도로 선호하는 학교로 바뀌었다.

불과 6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학교 김용규 교장은 "학부모들과 학교 구성원의 열망이 학교를

 되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밀서리 체험.



 

 학교가 위기에 빠지자 먼저 교직원과 지역 주민들은 학교를 살리자며 머리를 맞댔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학교살리기 추진위원회는 십시일반 성금을 모았다. 이렇게 모인 1억 2000만 원으로 25인승

버스 2대를 샀다. 장거리 통학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였다.

지금도 외포초는 옥포 등 거제 전역을 도는 통학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지역주민과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쇠락해가던 학교와 마을에는 조금씩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특히 외포초가 폐교 위기를 극복한 데는 '특색 있는 무료 방과 후 수업'을 운영한 게 주효했다.

외포초 교직원들은 "농사일 등으로 바쁜 학부모를 위해 방과 후 수업을 무료로 진행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열린 외포초등학교 축제 모습.
 
 

 

과목 선정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결정했다. 대부분 학부모는 영어, 예술, 체육, 컴퓨터, 한자 등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이 가운데 사교육 비중이 높은 영어, 관현악, 댄스, 미술을 방과 후 과정으로 개설했다.

학교 예산을 쪼개 모든 방과 후 과정은 무료로 진행했다.

1~2학년은 주당 2시간, 3~6학년은 영어프로그램을 소화하고, 1인 1악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도록 트럼펫,

 트롬본, 색소폰, 클라리넷, 플루트, 바이올린, 첼로 등 관현악반도 방과 후 과정으로 운영 중이다. 관현악 수업

 강사진은 매주 창원에서 이곳을 찾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 트럼펫을 배운다는 외포초 김은택 교감은 "사교육비 부담이 큰 악기 수업을 학교에서 무료로

진행한 것이 학생 수 증대에 큰 도움이 됐다"면서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지금은 우리 학교의 자랑거리가 됐다"고 소개했다.

학생들이 무료로 수준 높은 방과 후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 학교를 선호하는 학부모들도 늘고 있다.

 

 

거제 외포초교 전경.

 

2010년 34명에 불과했던 학생 수는 2011년 44명, 2012년 54명, 2013년 74명, 2014년 94명으로 꾸준히 늘어

올해는 6학급, 95명이 재학 중이다.

김용규 교장은 "전교생 95명 가운데 학구가 달라 통학버스로 다니는 학생이 50명에 달한다"면서 "외포초에 다니고자

 외지에서 이사를 온 학생도 어림잡아 20명가량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2014년 외포초에 부임한 김 교장은 학교 외관 꾸미기에도 공을 들였다.

그동안 두 차례 자신이 근무했던 학교가 폐교하는 것을 경험한 김 교장은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 학교

살리기에 몰두했다. 김 교장은 "작은 시골마을에서는 학교가 폐교되면 마을 분위기가 삭막해진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어지고 덩그러니 건물만 남으면 마을이 활기도 잃어버리는 것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그동안 폐교 대상 학교라 시설 투자에는 인색했지만,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도교육청과 거제교육지원청에서도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외포초는 최근 2년 사이 몰라볼 정도로 외관이 달라졌다. 박종훈 교육감이

 첫 방문 때 약속했던 학교운동장 배수시설이 최근 완공됐고, 학교 담장 벽화 그리기, 대형 트램펄린 설치,

뒤뜰 자갈 깔기, 패랭이꽃 화단 조성, 어린이보호구역 단장, 교내 수목 정비, 교실 현대화 등 50여 곳의 크고

작은 공사를 진행했다. '작은 학교 살리기'에 나선 교사들은 농촌 지역이라는 지역 특색에 맞게 감자, 고구마,

 옥수수를 직접 심어보기도 하고, 도시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밀서리' 체험 등을 통해 아이들의 감성을

 끌어올리는 데도 주력했다. 김 교장은 "현재는 학교의 노력이 지역사회에 알려지며 입소문을 타고 전·입학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라질 법한 폐교 위기서 벗어나려 조그만 시골 동네 한 초등학교가

부르는 노래가 조금씩 부활의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