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젖은 두만강’ 거제 출신 이시우 선생이 작곡
1935년 중국 지린성 순회공연 중 총살된 독립군 남편 사연 듣고 작곡
거제문화원, 최근 연구보고서 발간
- 기사입력 : 2016-10-19 22:00:00
-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 /흘러간 그 옛날에 내 님을 싣고 /떠나던 그 배는 어디로 갔소 /그리운 내 님이여, 그리운 내 님이여…’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져 지금까지 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불리는 대중가요 ‘눈물젖은 두만강’.
이 노래를 만든 사람이 거제 출신이라는 사실을 경남 사람들도 잘 모른다.
거제문화원향토사연구소(소장 김의부)는 최근 두만강의 작곡가 ‘이시우’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하면서 그의 발자취와 ‘눈물젖은 두만강’을 만든 시대적 배경을 설명했다.
1971년 발매된 이시우 작곡집./거제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시우(李時雨, 1913~1975, 본명 李萬斗)는 거제면 남동리 45에서 이경수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이시우는 유년 시절부터 창가(唱歌·지금의 음악)에 소질이 있다고 1028년 거제초등학교(19회) 학적부에 기록돼 있다.
보통학교를 졸업한 이시우는 창원군 국산리로 이사했다. 그는 만주 하얼빈상업학교(1932~1936)와 만주국립대학(1936~1941)을 졸업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대학 전문부에서 법률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두만강’은 언제, 어디서, 무슨 연유로 만들졌을까.
연구보고서는 창작 배경에 대해 북한의 월간 대중잡지 ‘천리마’를 인용했다. ‘천리마’ 2005년 5월호에서 창작 동기와 과정 등을 소개했다.
1930년대 중반 중국 동북지방을 순회공연 중이던 극단 ‘예원좌’의 작곡가 이시우는 길림성 도문의 한 여관에 머물렀다. 1935년 어느 날 여관 뒷마당에 서있는 단풍나무 두 그루를 보며 고향생각에 잠겨있는데 여관집 주인이 그 나무는 두만강을 건너올 때 고향에서 가져와 1919년에 심은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이시우는 ‘추억’이라는 주제로 곡을 구상하며 잠을 못이루던 그날 밤, 옆방에서 비통하고 처절한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1938년 2월 오케이 제작사에서 발매한 ‘눈물저즌 豆滿江’ SP음반.
이튿날 사연을 알아보니 그 여인의 남편과 여관집 주인은 친구 사이인데 독립군 활동을 하던 남편이 일본 경찰에 체포돼 총살됐으며, 그날이 죽은 남편의 생일이었던 것이다.
이후 두만강가에 나간 이시우의 눈에는 두만강의 물결이 나라 잃고 헤매는 우리 민족의 피눈물처럼 보였고, 그 곳에서 만난 문학청년 한명천에게 사연을 들려주자 그가 즉흥적으로 가사를 썼고, 이시우가 곡을 붙였다.
1973년 3월 6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연예수첩 반세기 가요계-김정구와 두만강’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시우는 “여인의 남편은 독립투사였지요. 일경에 쫓기던 남편은 각지를 떠돌아다니면서 가족에겐 물론 연락조차 없었죠”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작사자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다고 했다. 이시우는 순회공연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김용호 시인에게 부탁해 가사를 다듬고 선율을 완성해 김정구의 노래로 OK레코드사를 통해 취입했다. 레코드에는 작사자가 김용호로 돼있지만 ‘천리마’에는 한명천 원작, 김용호 개작, 이시우 작곡이 정확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으론 작사자가 가수 김정구의 친형 김용환이란 주장도 있다.
보고서는 “여러 정황과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한명천 원작, 김용호 개작, 김용환 재개작, 이시우가 작곡한 노래”라고 결론지었다.
‘눈물젖은 두만강’은 1946년 KBS 라디오 ‘김삿갓 북한 방랑기’ 드라마의 주제곡이 널리 알려지면서 국민가요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시우는 1962년 다시 가요계로 돌아와 ‘님없는 거제도’, ‘인생 역마차’, ‘영도다리 애가(哀歌)’, ‘아내의 사진’, ‘섬 아가씨’, ‘눈물의 국경’, ‘타향의 술집’, ‘봄 잃은 낙동강‘, ‘진도 아가씨’ 등 많은 노래를 발표했다.
이시우의 작곡집은 첫 작곡 노래 ‘눈물저즌 두만강’(1938)부터 ‘리라꽃’(1971)이 있다. 그는 가요계에 크게 공헌했으면서도 서울의 달동네에서 어려운 생활을 하며 작곡에만 전념하던 중 1975년 1월 귀갓길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정기홍 기자 jkh106@knnews.co.kr
출처 : 경남신문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19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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